심사평
제75회(2026년) 부문별 심사평
피아노
김용배 추계예술대학교 명예교수
본선 진출자 모두가 나름대로의 뛰어난 개성과 완성도를 보여준, 대단히 높은 수준의 본선이었습니다. 어릴 때에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인 외면적인 화려함을 추구하기보다, 내실을 기하려는 경향이 보인 점도 매우 바람직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부분부분의 세련된 해석과 매력을 과시하는데 집착해서, 전체적인 흐름 파악이 이루어지지 않은 연주, 상당히 합리적인 해석이 이루어졌지만 뭔가 미진한 구석이 보이는 연주도 꽤 있었습니다. 템포의 변화를 보다 긴 호흡에서 조절하고, 다이나믹의 예민한 차이를 작곡가가 얼마나 치밀하게 악보에 표시하려고 노력했는지를 좀 더 자세히 파악하기를 당부합니다. 변주와 변주 사이의 공간들을 어떻게 다양하고 합리적으로 처리할까 하는 고민 또한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악보에 모든게 다 표현되어 있다는, 지극히 간단하고도 평범한 진리를 잊지마시기 바랍니다.
바이올린
채유미 상명대학교 교수
한국 음악도들의 등용문으로서 오랜 세월 큰 역할을 해온 이화경향콩쿠르가 올해로 제75회를 맞이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번 심사를 통해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뛰어난 기술적 완성도와 안정된 무대 집중력을 보여주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참가자들의 경우, 작곡가의 의도와 작품의 본질보다 연주자 자신의 표현이 지나치게 부각되어 다소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진정한 음악적 해석은 작곡가의 의도와 시대적 양식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기교 중심의 연습에만 치중하기보다는 새로운 곡을 배우는 초기 단계부터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연습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더욱 효율적이고 성취도 높은 연습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입상 여부를 떠나 모든 참가자들이 남과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의 속도로 꾸준히 정진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이번 경험이 각자의 음악 여정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어, 앞으로의 무대에서 더욱 빛나는 연주자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비올라
황대진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우선 콩쿨에 먼저 이번 콩쿠르에 참여하여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아낌없이 보여준 모든 학생에게 진심 어린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번 무대에서 마주한 학생들의 진지한 열정은 우리 비올라계의 미래가 무척 밝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경연은 참가자들의 뛰어난 잠재력을 확인한 훌륭함과, 기초적인 부분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이 공존하는 무대였습니다. 초등부의 경우, 다들 음악은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기본기에 충실하지 않은 학생들이 많이 보여서 안타까웠습니다. 초등학생 시기에 정확한 음정과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한 주법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중등부는 학생들의 음악적 해석이 전체적으로 훌륭했습니다. 각각 음악적인 개성들을 잘 보여주고 장단점들도 각기 달라서 하나로 묶어서 이야기 하기 힘들지만 긴음들 끝까지 소리를 집중해서 내기, 춤곡스타일의 박자감 주기 위한 강세의 활용을 짚어주고 싶습니다. 고등부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음정과 박자, 좋은 테크닉들을 가진 학생들의 연주였습니다. 음악적 표현이 아쉬웠는데, 세기가 다듬어지지 않거나 브람스 특유의 진중함, 풍부함, 긴 호흡의 프레이징이 많이 보이지 않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오늘의 무대가 학생 여러분의 음악 여정에 있어 하나의 의미 있는 발판이 되기를 바랍니다.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자신의 음악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정진하여, 훗날 자신만의 깊은 소리를 가진 훌륭한 음악가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여러분 모두의 앞날에 건투를 빕니다.
첼로
송희송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금년도 첼로 부문 참가 학생들의 무대에서는 준비 과정에서의 진지함과 노력의 흔적이 뚜렷하게 느껴졌습니다. 초등부는 전반적으로 고른 실력을 보여주었으며, 음악적 표현력과 악보에 충실한 정확한 연주력 사이에서 학생 간의 차이가 나타났으나, 그럼에도 수상자들 모두 정돈된 호흡과 안정된 연주로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중등부 역시 수준 높은 연주들이 이어졌습니다. 다만 하이든 작품 특유의 맑고 간결한 음 처리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었고, 곡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학생들에게 수상의 영예가 돌아갔습니다. 고등부는 전 악장이 하나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작품으로, 악장 간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는 곡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긴 시간 동안 슈만의 깊이 있는 음색을 안정감 있게 표현해낸 1위 입상자의 연주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콩쿠르를 통해 땀 흘리며 노력한 수상자들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내며, 비록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룬 모든 참가자들에게도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클라리넷
조인혁 한양대학교 교수
올해의 클라리넷 경연은 기본기와 악기를 다루는 호흡 테크닉이 예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음악적 표현력이 돋보이는 학생들도 몇몇 눈에 띄어서 좋은 방향으로 전체적인 흐름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표현을 하는 방식에 있어서 음악을 조금 더 세련되고 우아한 방식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경연에서 다수의 참가자에게 지적한 사항처럼 어릴 때부터 음정에 대한 클라리넷의 악기 특성을 더욱더 잘 이해하고 학생들에게 정확한 음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우리나라 클라리넷계의 전체적인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더 긍정적인 방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플루트
윤현임 수원대학교 교수
"당신의 플루트가 단순한 소리를 넘어 이야기가 될 때까지" 제75회 이화경향음악콩쿠르라는 역사적인 무대에서 만난 플루트 꿈나무들의 모습이 무척 대견합니다. 학생들의 뛰어난 연주는 한국 클래식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여러분의 음악이 더욱 빛나기 위해서 악보 너머의 세계를 읽어내는 눈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불 것인가'라는 기능적인 고민을 넘어, '작곡가는 무엇을 말하려 했는가' 그리고 '나는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곡가가 악보에 써놓은 기호를 바탕으로 그의 의도를 읽고 나의 언어로 다시 이야기할 수 있다면 멋진 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콩쿠르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힘써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이 대회가 대한민국 클래식의 자부심으로 계속되길 기원합니다.
성악
최상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좋은 음색과 안정된 호흡 그리고 세련된 외국어 딕션 등에서 분명한 발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매번 반복되는 아쉬움 도한 여전히 남아있다. 음악에 대한 이해와 표현에 있어서, 가사는 정확히 전달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정서에 대한 탐구는 부족하게 느껴진다. 결과적으로 소리는 크고 높게 울리지만, 그 이면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외국어라는 한계일 수도 있고, 감정 표현에 대한 거리감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성악은 단순히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와 음악을 통해 인간을 드러내는 예술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한, 곡목 선택에 있어서도 자신의 음역과 음색, 즉 파흐(fach)에 맞지 않거나 지나치게 난이도가 높은 작품을 선택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보인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때이다. ‘나는 왜 이 노래를 부르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분명해질 대, 비로소 여러분의 음악은 더욱 깊은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