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시 중구 정동길에 목련과 벚꽃이 만개했다. 삼삼오오 꽃그늘 아래를 지나는 행인들의 표정이 밝았다. 하지만 육중한 첼로를 메고 이화여고백주년기념관을 찾은 학생 100여명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이날 이화여고백주년기념관에선 제74회 이화경향음악콩쿠르 첼로 부문 예선이 열렸다. 초등부 38명, 중학부 31명, 고등부 39명이 본선 진출을 위해 실력을 겨뤘다.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무대 뒤편에 마련된 초등부 예선 대기실에선 남학생 세 명이 무대 위 여학생의 연주를 진지하게 경청했다. 이들은 지판에 닿지 않게 손가락과 활을 움직이며 마지막 연습에 몰두했다. 이번 대회 첼로 초등부 지정곡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 3번 전주곡. 학생들이 무대에서 활을 켤 때마다 햇살이 반짝이는 듯 경쾌한 음이 흘러나왔다.
숭의초 6학년 서아리양은 “오늘 연주는 불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고개를 너무 많이 숙이고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프랑스 첼리스트 고티에 카푸숑을 좋아한다는 서양은 “눈이나 귀로 느끼는 음악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후에 시작된 고등부 예선 지정곡은 기교적으로 까다로운 그뤼츠마허의 연습곡 16번이었다. 서울예고 2학년 김태희양은 “평소대로 하려고 했지만 콩쿠르라 생각대로 안 돼 아쉽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시프팅(포지션 이동)이 많아서 음정 잡기가 쉽지 않아요. 에튀드(연습곡)이면서 악상까지 살려야 한다는 점도 어렵고요.” 첼리스트 장한나의 연주 영상을 자주 찾아본다는 김양은 “굳이 얘기를 하지 않고 연주만으로 제 감정과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