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제17회(2023년) 부문별 심사평
보컬

장혜진(한양여자대학교)
음악의 힘은 가사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열심히 노래하는 가창자를 통해 진정성을 주고받는 소통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나간 음악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음악의 영역과 세대 간의 영역을 넓혀주는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 음악이 또 하나의 언어가 되어 너와 나, 시대와 시대를 이어주는 소통의 매개체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경향실용음악콩쿠르 심사를 하면서, 이 콩쿠르를 위해 많은 연습과 견디어낸 시간들이 역력히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 자생하는 대나무 중에 최고로 치는 '모죽'이라는 특별한 대나무가 있습니다. 우후죽순이란 말처럼 대부분의 대나무는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성장이 빠릅니다. 그런데 이 '모죽'이라는 대나무는 씨를 뿌린 후 5년 동안 아무리 물을 주고 가꾸어도 싹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5년이 지나면, 어느 날 손가락만 한 죽순이 돋아나고 주 성장기인 4월이 되면 갑자기 하루에 80cm씩 쑥쑥 자라기 시작해서 무려 30m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5년 간 숨죽이고 아래로 아래로만 뿌리를 내리며 내실과 기초를 다지고 5년 후에 당당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노력과 목표를 위해 보낸 시간들은 이 모죽이라는 나무처럼 내실을 다지며 땅을 뚫고 쑥쑥 자랄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는 시간들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보곤 합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에는 포기를 모른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실패와 고생을 거듭해도 분명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날이 올 거라는 긍정의 힘으로 '모죽' 과도 같은 차곡차곡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할 수 없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이다." 라는 말처럼 여러분은 차곡차곡 내실을 다지면서 여러분의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악기

오종대(동아방송예술대학교)
콩쿠르(concours)는 경연, 경쟁을 뜻하는 프랑스어입니다. 보통 우리나라엔 클래식 음악에만 콩쿠르가 있어왔다고 생각하지만 대학가요제를 비롯한 수상자를 선정하는 모든 가요제와 최근 방송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많은 경연프로그램들, 그리고 우리에게 친숙한 전국노래자랑도 오랜 역사를 지닌 실용음악분야의 컴퍼티션(competition) 즉 콩쿠르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연프로그램들이 방송 등의 흥행을 위해 스타성에 집중하지만 경향실용음악콩쿠르는 참가자의 재능과 가능성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K-Pop이 세계의 관심을 받고 높은 부가가치의 신산업으로 주목 받으면서 모두가 결과물에만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이러한 세계적 관심이 잠시의 바람이 아닌 우리의 문화적 역량이 되려면 음악에 소질이 있는 인재들이 건강한 여건에서 교육받으며 창조적인 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척박한 국내 대중음악분야에서 17년간 의미 있는 콩쿠르를 뚝심 있게 주최해 오신 경향신문사에 대중음악인의 한사람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기악부문 심사에 참가하며 제일 먼저 받은 소감은 중등부 참가자들의 수준 높은 실력이었습니다. 사실 음악의 역사를 살펴보면 십대의 나이에 완성도 높은 음악성을 보여주는 일이 적지 않지만 우리나라 실용음악에서는 아직까지 주목할 만한 사례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적인 면에서 중등부, 고등부, 일반부의 차이가 많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눈에 띄는 발전이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일찍부터 재능을 발견하고 노력한 결과이겠죠.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반부 대상과 금상을 수상한 관악기(색소폰) 참가자였습니다. 완성도 높은 테크닉과 개성 있는 곡 해석, 그리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감성이 국내 프로무대는 물론 세계적인 무대에서도 손색이 없을 연주로 모든 심사위원이 만장일치로 대상과 금상을 선정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이 매우 기대가되며 어쩌면 아직까지 연주자 층이 얇은 관악 발전에 좋은 자극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열띤 경연을 펼쳐준 모든 참가자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해주신 관계자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으로 심사평을 줄입니다. 모두 참 멋지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