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쌤한마디
제19회(2025년) 참가자들에게

“음악은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잖아요. 공감을 얻으려면 화려한 테크닉이 아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바이브와 소리, 안정된 박자, 감성적인 선율 이런 것들이 중요합니다”
1. 경향실용음악콩쿠르가 올해로 19회를 맞이했습니다. 축하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정말 축하합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성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실용음악 분야에서 이렇게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콩쿠르는 전 세계를 봐도 경향실용음악콩쿠르가 유일한 것 같아요. 19회 동안 ‘대한민국 넘버원 실용음악콩쿠르’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신 경향신문사에 감사드리고,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2. Z세대 사이에서 레트로 바람이 불며 교수님이 작곡한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와 교수님의 솔로 앨범 곡 ‘바다로 간 너는’의 무대 영상이 역주행 했어요. ‘시티팝 삼촌’이라는 별명도 얻으셨던데요.^^
- 정말 감사하게도 계속해서 행운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1990년 곡인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를 Z세대까지도 즐겨주시니 말이에요. 그 중심에는 역시 김완선이라는 레전드 아티스트의 꾸준한 활동이 있는 것 같아요. 오래된 곡이라 감각적인 부분에선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곡의 에너지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보편성이 사랑 받는 이유 같습니다.
3. ‘외인부대’의 기타리스트로 대중음악계에 입문한 후 작곡가, 가수, 영화음악 프로듀서, 대학교수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셨어요. 교수님 음악 인생의 시작점은 어디인가요?
- 저희 부모님은 자식들에게 음악을 시키셨어요. 누나들은 클래식 관악기를 전공하셨습니다. 저는 사실 어깨너머로 음악을 배운 것밖에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팝 음악을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렉트로닉 기타를 취미로 시작했던 게 중학교 1학년 때입니다. 같은 반 짝꿍이 먼저 기타를 취미로 하고 있었는데, 제가 그걸 보고 너무 자극을 받아서 ‘이 악기라면 한번 내가 도전을 해봐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 자신감이 저의 음악 인생의 시작점이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4. 경향실용음악콩쿠르 심사위원으로서 오래도록 함께해주셨고 실용음악학과 교수로서도 2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치셨죠. 교수님만의 심사 기준을 살짝 알려주신다면요?
- 저는 현란한 테크닉을 요구하는 난이도 높은 곡을 갖고 나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참가자보다는 난이도가 조금 낮고 테크닉이 많지 않은 곡이더라도 안정감 있게 노래와 연주를 해내는 참가자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다른 심사위원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음악은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잖아요. 예술이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는 이유는 화려한 테크닉이 아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바이브와 소리, 안정된 박자, 감성적인 선율 이런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테크닉에 치우치다 보면 그런 것들을 살짝 외면하게 되죠. 물론 테크닉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요즘 실용음악을 하고자 하는 MZ세대들은 감성보다는 테크닉에 더 자극을 받는 것 같아요. 테크닉도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감성과 만나야 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늦어버리면 본인의 음악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꼭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5. 콩쿠르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입시생이자 음악가로서 ‘자기만의 색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고 해요. 대중들이 좋아하는 음악과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하고요.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 음악적 색깔은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10대, 20대를 지나고 30대 중후반이 되면 본인이 주로 선택하는 화성 진행과 추구하는 리듬, 본인이 감각적으로 반응하는 선율들이 종합적으로 뭉쳐지고 더해져요. 또 본인만의 감성이 화려한 감성인지 소박한 감성인지에 따라서 음악적 색깔은 아주 다양하게 발휘되는 거거든요. 본인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미 만들어진 과거 레전드급 아티스트의 음악들을 즐겨보고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스테디셀러라고 부르는 전 세계 모든 음악, 그게 클래식이 됐건 대중음악이 됐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음악적인 구조를 가진 것들이라면 모두 다 경험해 보겠다’라는 자세가 지금 음악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참가자들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6. 요즘 대중음악에 트렌드가 따로 있나요? 뮤지션으로서 동시대성을 가지려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감각을 키워야 할까요?
- 대중음악에 트렌드는 당연히 있죠. 제가 10대 때에는 하드록을 기반으로 하는 밴드 음악들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어요. 시대가 지나고 컴퓨터 음악이 대거 등장했죠. 사람이 실제로 연주하는 것은 물론 컴퓨터에 의한 정확한 타이밍의 연주와 화려한 전자악기들의 표현 방법이 주목받았어요. 그 후에는 엄청난 디바들이 등장해서 화려한 사운드와 함께 테크닉과 감성을 동시에 표현하는 시대가 있었고요. 지금은 자극적이고 화려한 감성보다는 소박하고 침착한 감성을 추구하는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뮤지션으로서 동시대성을 가지려면 대중들이 새로운 것에 반응할 때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7. 교수님은 슬럼프가 있으셨나요?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어떤 분야건 슬럼프는 당연히 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슬럼프일 수도 있고요. 저는 음악이 잘 안될 때 음악을 놨어요. 운동을 하거나 영화를 보고, 음악과 관련이 있는 것들을 돌아보면서 음악의 소중함을 확인했던 것 같아요. 내가 얼마나 음악을 좋아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을 더 가졌고요. 그 기간은 한 달이 될 수도 있고, 두 달이 될 수도 있고, 1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가지면서 ‘내가 음악을 해야 하는 사람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8. 데뷔 40주년을 앞둔 뮤지션 손무현 님의 활동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2020년에 제자들, 동료 가수들과 함께 ‘팀손’ 프로젝트를 만들어 현재까지도 활동을 이어오고 계시죠.
- 저는 손무현이라는 이름으로 1992년 데뷔를 한 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제 음악을 발표해 왔습니다. 20년쯤 전에 처음 교수가 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을 때, ‘내가 직접 가르친 제자들과 내가 함께 음악을 하지 않으면 과연 어떤 사람들이 제자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제가 길러낸 제자들이 음악을 너무나 잘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과 학교 밖에서 음악적인 교류와 소통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와 코드가 맞는 제자들을 모아 ‘팀손’이라는 이름으로 매해 음원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마 음악을 그만두는 날까지 팀손은 계속 유지가 될 것 같아요. 제자들과 함께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음악은 혼자 할 수 없다는 제 경험에서 나온 철학도 담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9. 설렘과 떨림을 안고 경연을 기다리고 있을 참가자들에게 음악 선배이자 스승으로서 따뜻한 한마디 부탁드려요.
- 앞으로 여러 방법으로 자신의 음악적인 능력을 평가받을 기회가 많을 거예요. 그중에서도 경향실용음악콩쿠르 참가는 필드에서 본인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거든요. 콩쿠르에서 본인을 한 번쯤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음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해야 할 사람’이 자신감과 도전 의식을 가지고 한다면 멋진 뮤지션이 될 것입니다. 자신 있게 끝까지 도전해 보세요.

“나의 노래가 어떤 삶과 장르에 어울리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박효신 옥주현 정인처럼 뛰어난 보컬들은 감정 톤의 미세한 질감까지도 표현하는 사람들이죠”
보컬 디렉터
1. 올해로 19회를 맞이한 경향실용음악콩쿠르에 축하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음악이라는 언어로 소통하고 문화적으로 교류하는 대중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아티스트를 배출하는 경향실용음악콩쿠르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는 K-POP, K-JAZZ의 주역이 될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2. 경향실용음악콩쿠르의 역사에 교수님도 심사위원으로서 발자취를 남기고 계세요. 심사위원으로 함께하시는 소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 심사위원으로 매년 함께하면서, 음악 환경의 변화로 더욱 다양해진 연주자와 보컬들을 만나게 됩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수많은 보컬리스트와 작업을 해야 하는 저에게 경향실용음악콩쿠르는 앞으로의 대중음악 트렌드를 먼저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기도 합니다. 올해도 신선하고, 새로운 연주자들의 음악을 기대해 봅니다.
3. 대학 입시, 방송 오디션 등에서도 많은 심사를 해오셨는데요. 보컬 부문 참가자들에게 도움이 될 교수님만의 심사기준을 살짝 공개해 주신다면요?
- 마지막 실력은 표현력입니다! 배운 대로만 노래하지 말아야 해요. 저를 포함한 심사위원들과 대중은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듣습니다. 음악은 내 생각과 감정을 좋은 울림으로 전달하는 것이에요. 음악을 하려면 그간의 연습과정이나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연주와 곡에 집중해야 합니다. 노래를 잘 부르기도 어렵지만, 노래로 이야기를 하기도 어렵습니다. 두 가지를 잘 생각해 보고 준비한 곡을 잘 연주하길 바랍니다.
4. 콩쿠르에 참가하며 곡 선정을 두고 많이들 고심합니다. 어떤 곡을 골라야 할까요? 수상에 유리한 곡이 따로 있나요? 흔히 하는 오해가 있다면요?
- 콩쿠르는 입시와 다릅니다. 나보다 테크닉적으로 잘하는 사람과 비교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특별함을 음악적으로 잘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부르기 어렵고, 빠르고, 또 보여줄 게 많고, 높은음이 들어 있어야 한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해요. 내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을 지닌 곡으로 선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5.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보컬 디렉터로 활동하고 계세요. 박효신, 옥주현, 정인, 거미 등 내로라하는 보컬들이 교수님과 함께했는데요,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보컬’의 특징이 있을까요?
- 보컬은 몸 안의 악기,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성대의 진동으로 시작됩니다. 누구에게나 특별한 나의 소리와 울림이 존재하죠. 대중음악은 고전이 아닌, 현재의 삶이 기준이 됩니다. 나의 노래가 어떤 삶과 장르에 어울리는지를 잘 파악하고, 사람들이 더 많이 원하는 감정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해요. 뛰어난 보컬들은 기본적인 발성 외에 코드 톤, 감정 톤의 미세한 질감까지도 표현하는 사람들이죠.
6. 교수님의 음악 교육에 대한 철학도 궁금해요. 각자 개성이 다르고, 실력도 다른 학생들과 뮤지션을 많이 만나셨을 텐데, 보컬 디렉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 가장 최악의 보컬 디렉팅은 “나처럼 불러야 한다”입니다. 사람은 저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녔잖아요. 보컬 디렉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래하는 사람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발성과 감정을 함께 발견하는 것이에요. 그다음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좋은 노래를 고르는 것이죠. 대중음악의 정답은 대중에게 있어요. 지금 대중들이 무엇을 원하는지가 가장 핵심입니다.
7. 많은 전문가가 ‘자신만의 해석과 음악적 색깔’을 강조합니다. 참가자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자신의 음악적 개성을 찾아갈 수 있을까요?
- 아직은 너무 어리고 젊은 나이니까 직접적인 경험이 부족하잖아요. 연습과 레슨으로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밖에 없죠. 감정과 정서는 다양한 연주를 통해 배우거나, 이해할 수 있어요. 연주는 즐겁고 행복하지만, 연습은 괴롭고 힘들기 마련입니다. 연습에서의 재미를 스스로 찾기를 바라고, 연습만이 살길은 아니어도 연습에서 터득한 요령과 지혜가 나만의 개성을 찾게 해줍니다. 보컬은 ‘나만이 아는’ 몸이라는 악기를 쓰는 것이어서 특히 연습을 통해 나의 개성을 찾고 알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8. 교수님의 SNS를 보니 매주 레슨 실황을 기록하고 계시더라고요.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큰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 2000년대 초반, 우연한 계기로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소속이 된 후에 후배 가수들을 지도하면서 레슨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더 잘 되고 싶은 마음이 크고, 가르치는 학생을 우선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적도 있었는데요. 오랜 시간 꾸준히 가르치면서 저를 되돌아보는 시점이 있었습니다. 매주, 매 순간 학생의 노래가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모습을 제가 더 좋아하게 되었고, 어느덧 30년을 바라보게 되었네요. ^^ 최근에는 저도 취미 삼아, 일요일 하루만 일반인들과 직장인들 대상으로 취미 레슨을 하고 있어요. 제대로 노래를 배우려는 분들이 많지만, 비용과 시간의 부담이 있다는 걸 SNS를 하면서 알게 되었거든요. 저 또한 보컬 레슨을 하며 휴일을 갖는 기분이라 보람이 있습니다.
9. 경향실용음악콩쿠르에는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합니다. 음악을 갓 시작한 학생들과 이미 음악인의 길을 걷고 있는 참가자들의 시작점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교수님 음악 인생의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 저는 음악을 너무 좋아하긴 했어도 딱히 꿈은 없었어요. 누나가 바이올린을 전공했고, 어려서 음악에 재능이 있다는 선생님들의 조언이 많았죠.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의 권유로 1학년 겨울방학에 작곡을 전공으로 음대에 진학하기로 했고 실용음악과가 있는지도 모른 채 클래식 공부를 했던 게 첫 번째 시작점이겠네요. 1995년 군대에 갔을 당시에는 음악을 전공으로 하는 남자가 매우 드물었고, 위문공연단에서 키보드와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대중음악을 접하게 되었어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가요와 팝을 합주하고, 부대 공연을 다녔던 경험이 큰 자산이 됐습니다.
10. 떨리는 마음으로 경연에 나설 참가자들에게 격려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자신감이 있느냐, 없느냐는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있는가에 달려있어요.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준비하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들기 마련입니다. 무대에서의 성취가 주는 큰 기쁨을 맛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