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SINTERVIEW

전통에서 출발해 지금의 음악을 만드는 일곱 팀의 아티스트를 만났다. 이야기는 음악에서 시작해 각자의 삶으로 이어졌다. 무엇을 좋아하고, 왜 이것을 계속하며, 누구와 함께하고 싶은지. 오래 몸에 익힌 감각과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이 대화 속에 함께 놓였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들이 시도하고 있는 것들에 귀를 기울이며, 전통이라는 매체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박백수

계획은 잠깐, 일단 같이 해보는 음악

질문을 던지면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 한 사람이 진지해질 즈음 다른 사람이 웃었고, 음악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새 서로의 성격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곁길을 따라가다 보니 박백수가 음악을 만드는 방식도 조금씩 보였다.

거문고의 박다울, 생황의 한지수, 타악을 맡은 백하형기. 각자의 음악을 해오던 세 사람은 함께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위한 음악을 만들자며 모였다. 누군가는 계획을 세워 오고, 누군가는 그 자리에서 해보자고 한다. 준비한 것이 금세 퇴짜를 맞기도 하고, 바로 연주한 것이 다음 작업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박백수의 음악은 그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인터뷰 — 류송이, 유상경

‘박백수’로 표기한 답변은 팀 작업 관련 발언을 묶어 정리했다.


박백수

“밖에서 보면 세 분의 조합이 굉장히 독특하거든요. 거문고와 생황에 타악이 함께하고요. 서로 다른 악기와 음악을 어떻게 맞춰가는지 궁금했어요.”

박백수저희 셋이 사실 엄청 달라요.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이 많거든요. 그래서 셋이 모여서 할 수 있는 걸 해야 우리답고, 계속하고 싶을 것 같아요. 어디서 해오던 걸 그대로 가져오기만 하면 굳이 우리가 같이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같이하면서 각자의 작업 방식도 달라졌나요?”

한지수저는 원래 책임감이나 자기 검열이 강한 편이에요. 굳이 따지면 계획은 많이 하고 시도는 조금 적게 하는 쪽인데, 오빠들을 만나면서 그 문턱이 낮아졌어요. 백하형기 저는 팀 작업에서는 뭘 미리 준비해 가면 금방 퇴짜를 맞기도 하는데, 오히려 그 자리에서 같이 해보고 바로 연주한 건 반응이 좋은 거예요. 그러면서 ‘아, 미리 다 준비하기보다 일단 가서 같이 해봐야 하는구나’ 싶었죠.

“그래도 시작하기 전에 이야기는 하고 싶잖아요. 이번 공연은 어떻게 가고, 뭘 할지 정하고요.”

한지수저는 하고 싶죠. 이런 걸 할까요, 저런 걸 할까요, 뭔가 선택하자고요. 그러다가 이야기를 상상하고 리프를 연주해보면, 거기서 좋다 싫다 하면서 같이 만들어가요. 제가 초벌을 가져와서 같이 편곡하고, 뒤는 완전히 함께 만든 곡도 있고요.

박백수

“박백수 팀은 처음 모였을 때부터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했나요?”

박백수각자 음악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는 함께 이야기를 만들고 그걸 위한 음악을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그림에서 이야기를 가져오고, 거기에 상상을 붙여 애니메이션과 음악을 만드는 식으로요. 이야기나 미디어아트를 위한 음악을 만들기도 했고, 그렇게 작업한 음악을 앨범으로 내기도 했어요.

“이야기가 먼저 있으면 소리도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되겠네요.”

한지수예를 들어 ‘신나박이’는 귀신을 쫓는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붙였어요. 그러면 강렬한 소리가 필요하겠다, 호령하는 소리가 있으면 좋겠다며 상상하는 거죠. 그런데 또 춤을 춰야 하잖아요. 이야기가 심오하더라도 음악까지 무겁게만 가지는 않았어요. 춤추고 흥이 날 수 있는 소리를 쌓아갔죠.

“이미지를 소리로 옮기는 과정에도 각자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박백수그걸 같이 해보는 거죠. 셋이 상호작용하면서 개인 작업에서는 못 느꼈던 즐거움이 있었어요. 놀면서 계속 이야기하고, 거기서 나오는 것들이 있거든요. 혼자 깊게 고민하는 개인 작업도 있지만, 박백수가 같이 만나면 다른 분위기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백수

“작업할 때 ‘우리가 전통 음악을 하고 있다’는 의식도 있나요?”

박백수이 팀에서는 그냥 ‘음악을 한다’는 생각에 가까워요. 전통을 하고 있다는 걸 계속 의식하면서 만들지는 않는 것 같아요.

“곡을 써야 할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음악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궁금해요.”

박다울너무 익숙해져서 이제는 그걸 의식하지 않는 단계에 들어온 것 같아요. 마감이 있으면 ‘써야 되는데, 써야 되는데’ 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이런 거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동안 살면서 들은 음악과 연주해온 것들이 있으니까, 마감에 쫓기면서도 손끝에서 뭔가 나오는 것 같아요. 매번 계산해서 만든다기보다, 제가 가진 기억과 경험이 조합돼 나오는 것에 가까운 거죠.

박백수

“그럼 실제로 무대에 올라가 있을 때는 무슨 생각을 하세요?”

한지수어느 순간부터는 소리 자체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 소리의 시작과 끝을 어떻게 할지요. 생황이라는 악기의 특성도 있는데, 소리를 어떻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을지에 집중하게 돼요.

백하형기저는 공연 형식마다 달라요. 관객들이 행복하게 웃고 놀 수 있는 음악을 생각할 때도 있고요. 연극무대에서 저는 배우들과 관객을 같이 보게 되잖아요. 배우는 관객만 본다면 저는 그때 배우를 생각하면서 연주하는 쪽으로 마음가짐이 달라지기도 해요.

박백수

“음악을 하는 태도와 평소 삶의 태도가 많이 닿아 있나요? 작업하면서 고민이 많아질 때는 어떻게 하세요?”

박다울작업할 때 생각을 아주 많이 하던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결국 제가 관두기 전까지는 해야 한다는 사실이 바뀌지 않잖아요. 그러면 그 생각을 하는 시간에 한 번 더 하는 거죠. 그게 조금 몸에 익은 것 같아요.

“창작 과정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도 비슷한가요?”

박다울너무 기쁘죠. 하지만 기뻐서 흔들리기보다 계속 갈 수 있는 상태에 대해 생각해요. 그렇다고 제가 이미 그런 상태에 도달했다는 건 아니고요. 목표로 두고 있는 마음가짐에 가까워요. 아마 계속 그렇게 해보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형기 님은 어떤가요?”

백하형기저는 오히려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들어오는 일을 다 했어요. 그러다 보니 여러 작업을 하게 되고, 연기도 하게 됐고요. 그런데 결혼하고 가족이 생기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들어오는 일을 다 하다 보면 정작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만들기가 어렵더라고요. 다울이와 지수는 각자 자기 음악이 있잖아요. 그걸 보면서 저도 제가 주인인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앞으로는 자기 작업을 조금 더 하고 싶은 거네요.”

백하형기네. 제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게 뭘지 이것저것 해보고 있어요. 나이가 들었을 때는 가족들과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좋겠고요. 예전보다 생각할 게 더 많아졌는데, 그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한지수저는 아직은 더 경험하고 저한테 투자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지금 뭔가를 정해서 모으기보다는, 조금 더 해봐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박백수

“이번 공연에서는 어떤 박백수를 보여주고 싶으세요?”

박백수저희가 처음부터 공연 전문 팀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어서, 라이브를 하면서 팀의 색깔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하고 있어요. 이야기와 음악이 중요한 팀이니까, 곡을 계속 들려주는 것뿐 아니라 공연 안에 서사가 있었으면 해요. 내용을 전부 설명하지 않더라도 노래나 합주를 들으며 어떤 장면을 떠올릴 수 있게요. 이야기 속 장면들의 음악을 만든다는 감각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각자 할 때와 다른, 박백수다운 즐거움은 뭘까요?”

박백수이 셋이 만나서 놀면서 나오는 것들이요. 직관적으로 나온 것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보고 싶어요. 실험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들었을 때 재미도 있었으면 해요. 저희가 듣기에도 재미있거나 멋있어야 하고요.


세 사람이 함께하는 이유를 굳이 진지한 답으로 정리하지 않아도, 그 이유는 대화 곳곳에 있었다. 좋아하는 만화 이야기를 나누고, 누군가 소리를 꺼내면 다른 사람이 받아보고, 이야기가 붙으면 그 장면을 함께 연주해본다. 미리 정해둔 답보다 서로의 반응을 따라가고, 생각과 계획이 달라지면 다시 해본다. 각자의 음악을 가지고 만난 세 사람은 그렇게 함께 놀고 이야기할 때 생겨나는 것을 믿는다. 박백수에게는 아직 그렇게 만들어갈 다음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