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SINTERVIEW

전통에서 출발해 지금의 음악을 만드는 일곱 팀의 아티스트를 만났다. 이야기는 음악에서 시작해 각자의 삶으로 이어졌다. 무엇을 좋아하고, 왜 이것을 계속하며, 누구와 함께하고 싶은지. 오래 몸에 익힌 감각과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이 대화 속에 함께 놓였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들이 시도하고 있는 것들에 귀를 기울이며, 전통이라는 매체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이지희 : 나례희 프로젝트

내 목소리를 찾고, 함께 신명에 닿는 일

어린 시절부터 장구를 쳐온 이지희에게 전통은 오랫동안 몸으로 익힌 감각이다. 장단을 배우고 동작을 익히는 동안 질문도 쌓였다. 이 소리는 왜 이렇게 내야 할까. 사람들은 처음에 왜 이런 행위를 했을까. 타악 연주자로 활동해온 그는 지금도 전통 안에서 음악과 춤의 배움을 넓히며,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찾아가고 있다.

인터뷰 — 류송이, 유상경


“지금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계세요?”

이어릴 때부터 계속 장구를 치고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뒤늦게 전통 안의 다른 장르들을 배우고 있어요. 배움이 어느 정도 쌓이면 그걸 활용해서 다른 작품을 만들고 또 다른 활동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우선은 전통을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강릉단오굿을 공부하고 있고요.

“그 배움과 작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이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 전에,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저 스스로 그게 정립되지 않으면 관객도 작품에서 어떤 생각을 얻기 어렵다고 느끼거든요. 그래서 아직 명확하게 답하기는 어려워요. 예전에는 ‘관객이 이렇게 해야 좋아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 지금은 제 메시지를 찾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네오 정동의 무대를 통해 실험해볼 수 있다는 게 반가웠어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어떤 그림을 더 그릴 수 있을지, 어떤 메시지를 만들 수 있을지 저도 고민하게 되니까요.

저는 열 살 때부터 장구를 쳤어요. 장단은 이렇게 치고, 연주법은 이래야 하고, 이때는 이런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게 명확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왜 이렇게 해야 하지? 이 소리만이 정답은 아닐 텐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점점 ‘이걸 왜 했을까, 하는 의미는 무엇이었을까’를 많이 고민하게 됐고요.

“그럼에도 전통 음악에서 본질적으로 꼭 지켜야 하는 동작이나 소리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저는 지켜야 할 것을 정하는 순간 제약이 생긴다고 느껴요. 그런데 전통을 하지 않는 친구들이 저한테 ‘너는 전통을 안 해도 어차피 전통이야’라고 하더라고요. 한복을 입지 않아도, 어떤 전통적인 행위를 하지 않아도 몸짓 같은 데서 보인대요. 저는 의도하지 않았는데, 몸에 남아 있는 게 있나 봐요.

저는 전통은 결국 흐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계속 흐를 수 있게 지키고 싶은 거예요.

나례희 프로젝트

“연주나 움직임 가운데 특히 좋아하는 건 무엇인가요?”

이저는 소리를 더 좋아해요.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시도해보는 걸 좋아하고요. 징이 울리는 소리도 있고, 장구에서도 여러 소리가 나잖아요. 그 소리의 질감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만들어보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목소리도 어떻게 써볼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그 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찾아가는 거네요.”

이네. 그리고 저는 성량이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에요. 노래를 할 때 옛날에는 목소리가 큰 게 중요했거든요. 그래야 전달이 잘 되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마이크도 있으니까, 소리를 억지로 크게 만들어내는 것보다 내 목소리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중이에요.

나례희 프로젝트

“공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저는 현장에 가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봐요. 회사원인지, 나이대는 어떤지, 어떤 표정인지도 보고요. 예를 들어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를 걷는 사람들이 다 무표정한데, 저희가 거기서 ‘얼씨구, 신나요’ 한다고 공감이 되지는 않을 거예요. 억지로 다 같이 신나보자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 것들을 보고 작업에 담으려고 해요.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만날 것인지가 중요하군요.”

이네. 길놀이도 과거와 지금, 함께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이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가 저한테는 실험적인 부분이에요. 저희는 공연자고 여러분은 관객이니 앞에서 무언가를 들고 서 있어달라는 데서 끝내고 싶지는 않아요. 같이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렇게 함께할 때 생기는 신명은 지희 님에게 어떤 감각인가요?”

이저는 혼자 ‘내 생각이 맞았어’ 할 때보다는, 같이 연주하고 함께했을 때 모두의 생각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에 신명이 나요. 처음 보는 공간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같은 메시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그게 된다면 저한테는 정말 큰 신명일 것 같아요.

나례희 프로젝트

“지금 지희 님에게 성장은 어떤 의미예요?”

이제 메시지를 찾는 게 가장 큰 성장의 목표인 것 같아요. 작품을 무엇으로 만드느냐도 있겠지만, 나는 왜 이렇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어요.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뭘 좋아하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거든요. 그걸 계속 찾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을 어떤 동료와 함께하고 싶으세요?”

이같이 질문하고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요. ‘이건 왜 이렇게 하는 거야? 어떤 의미가 있어?’라고 물어봐주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 질문 때문에 서로 논쟁할 수도 있겠죠. 그래도 그냥 제가 해달라는 대로 해주는 것보다,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좋겠어요.


함께하는 사람에게 바라는 것도 질문이었다. 왜 이렇게 연주하는지, 이 행위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지희가 오래 품어온 물음은 이제 동료와 관객을 향해 열려 있다.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면서, 그 목소리로 다른 사람과 함께 신명에 닿는 일. 그가 이어가고 있는 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