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SINTERVIEW

전통에서 출발해 지금의 음악을 만드는 일곱 팀의 아티스트를 만났다. 이야기는 음악에서 시작해 각자의 삶으로 이어졌다. 무엇을 좋아하고, 왜 이것을 계속하며, 누구와 함께하고 싶은지. 오래 몸에 익힌 감각과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이 대화 속에 함께 놓였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들이 시도하고 있는 것들에 귀를 기울이며, 전통이라는 매체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이일우

나도 한 사람의 리스너였으니까

이일우의 음악을 떠올리면 강한 소리가 먼저 다가온다. 잠비나이에서 들려준 거친 울림과 밀도 높은 연주, 몸을 통과하는 듯한 에너지. 그러나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자 그 소리 안에 있던 다른 결들이 보였다. 어떤 악기 소리를 처음 좋아했는지, 오래전 자신이 만든 음악을 지금은 어떻게 듣는지, 공연장에서 관객에게 무엇을 받는지. 대화 속의 그는 섬세했고, 종종 유쾌했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기 전에 자신도 음악을 듣고 감동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 기억은 지금의 작업에도 이어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고, 누군가도 그 안에서 좋은 순간을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 이일우와의 대화는 여러 차례 그 자리로 돌아왔다.

인터뷰 — 류송이


“잠비나이로 오랫동안 활동해오셨잖아요. 개인 작업을 할 때는 어떤 점이 달라지나요?”

이잠비나이는 거문고와 해금, 피리, 기타와 베이스처럼 악기 구성이 있잖아요. 그 악기들로 표현해야 하니까 음악을 만드는 데 어떤 범위가 있어요. 개인 작업에서는 이런 소리를 내고 싶으면 내고, 다른 악기를 쓰고 싶으면 쓸 수 있죠.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조금 더 과감하게 해볼 수 있는 자유가 있어요.

잠비나이를 시작할 때는 국악기가 오래된 음악이나 어르신들을 위한 음악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강한 사운드로 음악을 많이 만들었죠. 그러다 보니 제가 굉장히 강한 음악만 좋아하고 성격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만나보시면 섬세하고 재미있는 면도 있거든요. 그런 여러 색을 펼쳐볼 수 있다는 게 개인 작업의 장점인 것 같아요.

“반대로 팀으로 함께할 때 얻는 것도 있겠네요.”

이혼자 하면 무대나 음악으로 표현해야 할 것을 제가 전부 감당해야 하잖아요. 팀에서는 각자의 악기와 연주를 멤버들이 책임져줘요. 같이하면서 생기는 에너지도 있고, 제가 느끼는 부담도 덜어지는 부분이 있죠.

이일우(미래음악회)

“전자음악 장비를 다루시는 최근 작업도 인상적이었어요. 모듈러 신디사이저의 어떤 점에 끌리셨나요?”

이정밀하게 맞춰진 음만 내는 게 아니라 다양한 소리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그게 국악기와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국악기는 연주하면서 음을 만들어가는 부분이 있고, 서양의 평균율 사이에 있는 미분음들도 내잖아요. 거기서 생기는 느낌이 있는데, 모듈러 신디사이저도 그런 소리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음악이나 음계를 다룰 때 자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리고 보면 신기하고 예쁘잖아요. 알록달록하고 번쩍거리기도 하고요.

“다루시는 악기가 다양한데,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어떤 것인가요?”

이전기기타 소리요. 어릴 때 배운 악기들은 부모님이 시켜서 시작한 것도 있는데, 전기기타는 제가 그 소리를 듣고 직접 선택했어요. 제 음악을 만드는 첫 발걸음이었던 악기죠. 디스토션이 걸려서 거칠게 울리는 소리가 막힌 마음이나 스트레스를 확 뚫어주는 것 같았어요. 지금도 그 소리를 들으면 좋아요.

“처음부터 직접 하고 싶어서 고른 악기였다는 게 다르네요.”

이네. 피리는 학교에서 악기를 정할 때 하게 된 쪽에 가까워요. 제가 처음에 선택하려던 악기는 따로 있었는데, 결국 저는 피리를 하게 됐죠. 그러다가 메탈리카가 기타 치는 영상을 보고 전기기타를 하고 싶어졌어요.

이일우(미래음악회)

“음악을 만들 때 듣는 사람을 많이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이일단 제가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게 먼저겠죠. 그런데 저만 좋은 음악보다는 같이 들었을 때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예전에 만든 음악을 몇 년 뒤에 관객의 입장에서 들어보면, 제가 너무 가득 차 있었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거든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던 거죠.

저도 한 사람의 리스너였잖아요. 다른 사람의 음악을 듣고 감동했던 것처럼, 제가 만든 음악도 누군가에게 감동을 줬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으로 만들려고 해요.

“새로운 장비나 기술을 사용하는 작업에서도 그게 기준이 되나요?”

이모듈러 공연을 보면서 기술적으로 뛰어나다는 건 알겠는데, 음악은 잘 모르겠다고 느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장비를 다루는 실력이 그 사람보다 부족하더라도, 듣는 사람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늘 그렇게 작업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일우(미래음악회)

“작품에서 지금의 사회나 사람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도 다루시잖아요. 그런 관심은 어떻게 음악으로 이어지나요?”

이예전부터 가사를 쓴다면 지금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말을 쓰고 싶었어요. 공연의 주제도 지금의 사람들이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으면 했고요.

〈적벽〉을 작업할 때는 전쟁에 관한 뉴스가 많이 들려오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영웅들의 이야기보다 전쟁에 끌려간 평범한 사람들, 그곳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 담고 싶었어요. 판소리의 가사를 활용했지만, 공연 전체의 분위기와 소리에서는 지금도 이어지는 전쟁의 어두운 면을 표현하려고 했죠.

“같은 이야기도 누구의 마음을 따라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네요.”

이네. 가사에 해학적인 부분이 있더라도 전쟁 자체가 신나는 일은 아니잖아요. 소리에서라도 그 이미지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과거의 소재로 지금도 벌어지는 일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죠.

이일우(미래음악회)

“요즘 일우 님에게 가장 큰 변화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이지금은 아이가 태어난 게 제 인생에서 큰 일이에요. 예전에는 다른 아티스트가 잘하면 부럽기도 하고, 나도 저런 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은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나와 내 주변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돼요. 그러면서 마음이 조금 여유로워지고 풍요로워진 느낌도 있어요.

“작업이 막힐 때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나요?”

이예전에는 표현할 수 있는 게 적어서 그런가, 국악기 때문에 한계가 있나 생각하기도 했어요. 뭘 해도 비슷하게 나오는 것 같아서 괜히 악기를 탓했던 거죠. 지금 생각하면 제가 더 공부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한 음악을 듣고 음악적인 공부를 하면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해요.

잘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일단 만들어보기도 하고요.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거나, 내일 다시 해보자고 할 때도 있어요. 계속 비슷한 것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는 순간도 있잖아요.

그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변하고 싶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맨날 똑같은 걸 하는 것 같은데’ 하고 스스로 묻는 거잖아요. 저는 그런 고민이 바람직하다고 봐요.

이일우(미래음악회)

“앞으로도 오래 음악을 하실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간직하고 싶은 태도가 있나요?”

이창작할 시간이 있고, 그럴 기회와 능력이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는 생각을 해요. 음악을 하는 삶이 힘들 수 있다는 건 알고 선택했잖아요. 저도 힘들다고 고민하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좀 더 즐기고 싶어요. 이런 걸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도 아무나 가진 능력은 아니니까요.

잠비나이를 만든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어요. 이십 대에는 사십 대까지 어떻게 음악을 하면서 살까 걱정했는데, 어쨌든 지금까지 해왔잖아요. 앞으로도 생각보다 잘 이어갈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걱정을 조금 내려놓고 해보려고 해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평소에 어떤 음악을 듣는지도 궁금해요. 요즘은 어떤 곡들을 많이 들으세요?”

이클래식이나 재즈, 옛날 음악들을 많이 들어요. 예전에는 전기기타 소리가 먼저 들렸다면, 지금은 그 음악이 주는 감동이나 당시 사람들이 왜 그 노래를 좋아했는지도 조금 알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이 넓어지는 경험이 예술가로서의 성장과도 연결될까요?”

이다양한 것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이 성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옛날에는 메탈이 아니면 음악도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였거든요. 재즈는 왜 듣나 싶었고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음악에서도 영감을 받고, 세상에 재미있게 들을 음악이 이렇게 많다는 걸 느껴요. 그러니까 세상도 더 재미있어지더라고요. 딱 정해두었던 마음이 풀리고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 그런 게 성장 아닐까요.

이일우(미래음악회)

“관객을 통해 일우 님 자신이 달라지는 경험도 있나요?”

이코로나 시기에 카메라를 보고 연주해서 송출하는 공연을 했잖아요. 저는 그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에너지가 그냥 나가기만 하는 느낌이었거든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관객이 두세 명만 있어도 달라요. 연주하면서 그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받고, 그러면 더 좋은 연주가 나오고요. 계속 상호작용하는 거죠. 관객이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연주자에게 좋은 에너지가 돼요. 그러면서 저희도 위로를 받고요.

“이번에는 정동길에서 공연을 하게 되잖아요. 일부러 음악을 들으러 온 사람뿐 아니라 가족이나 회사원, 그냥 지나가던 사람도 만나실 텐데요. 어떤 시간을 만들고 싶으세요?”

이그 공간에 어떤 소리가 어울릴지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느끼기에 그곳과 잘 맞는 소리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음악과 공기, 그곳에 있는 여러 감각을 기분 좋게 느끼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말에는 누군가의 음악을 듣고 마음이 뚫렸던 리스너로서의 기억, 그리고 자신의 연주를 듣는 사람에게서 돌아오는 에너지에 대한 감각이 들어있다. 이일우는 그 사이에서 음악을 만들어왔다.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는 자유도, 오래 음악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도 그 만남을 향해 있었다. 자신이 좋아서 시작한 음악이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순간이 되는 것. 정동길에서는 그 순간이 길을 걷다 잠시 멈춘 사람에게 찾아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