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렸을 때부터 소리를 해오셨잖아요.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나요?”
이어릴 때부터 오래 했으니까 한동안은 그 안에서 계속 배우고 있었죠. 그러다가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에, 이제는 나의 색깔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부터 하나둘씩 시도했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요?”
이해외에서 여러 나라의 보컬리스트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소리로 같이 즉흥연주를 하고 소통하면서 느낀 게 있었죠. 우리에게는 익숙하고 옛것처럼 느껴지는 소리가,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색다르게 들리는 거예요. 제가 오래 해온 것의 가치를 다시 보게 됐어요. 내가 잘할 수 있는 소리를 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현대적인 방식으로도 소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렇게 여러 방식으로 작업하다 보면 ‘나는 어떤 아티스트지?’ 하는 고민도 생길 것 같아요.”
이예전에는 전통 활동과 창작 활동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것도 나고 저것도 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 점심에 두루치기를 먹었으면 저녁에는 파스타를 먹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오늘은 파티를 하고 싶다가 내일은 조용히 있고 싶을 수도 있고요. 하고 싶은 게 많으니까 이것저것 하는 게 즐거워요.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이하고 싶었던 시도들을 다 해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보다, 지금까지 해놓은 걸 잘 정리해서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만드는 것 자체가 좋아서 했는데, 그걸 알리고 소통하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저는 편곡이나 음악감독 쪽으로 더 알려져 있었거든요. 최근 일이 년 사이에는 오히려 노래하는 쪽으로 길이 더 열리는 느낌이고요.
“편곡이나 음악감독으로도 작업하시니까, 다른 사람의 제안에서 시작되는 일도 많겠어요.”
이네. 요청을 받아서 해봤는데 결과가 좋기도 하고, 제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해도 괜찮은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 작업을 하면서도 성장하더라고요.
“그렇게 여러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로서, 자신을 어떻게 보여줄지도 고민하고 계시겠네요.”
이저는 한눈에 보이기보다는 조금 뜯어봐야 알 수 있는 아티스트인 것 같아요. 저를 알고 들여다봐야 제가 가진 걸 알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저한테 잘 어울리는 방식으로 저를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고 있어요. 일단 눈에 들어오게 하고, 그다음에 제가 가진 디테일을 들여다보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있고요.

“채현 님이 생각하는 한국적인 소리는 어떤 건가요? 노래뿐 아니라 소리의 감각으로 이야기해주셔도 좋고요.”
이음들을 실제로 들었을 때 오는 묘한 느낌이 있어요. 감정을 바로 드러내기보다 비유하거나 은유하는 표현도 많고요. 말로 하는 내용과 그 안의 마음이 다를 수도 있잖아요. 그런 게 멜로디 안에 은근히 담겨 있어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소리를 들으면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감각이 평소의 취향에도 이어지나요?”
이그런 것 같아요. 저는 갓에 다는 장식도 옥으로 된 걸 사서 바꿔 달고요. 그런 취향도 제가 하는 소리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어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그런 작은 디테일로 제 삶 안에서 그 문화를 즐기는 거죠. 경기민요를 하면서 익힌 감각이 옷을 입고 생활하는 데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 같아요.
“자기 음악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제가 가진 디테일과 뉘앙스요. 경기소리를 하는 사람은 많지만, 같은 장르 안에서도 제가 가진 뉘앙스가 있잖아요. 저는 그게 좋아요.

“지금 채현 님에게 예술가로서의 성장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여러 작업을 하다 보면 조율하고 타협해야 할 때가 많아요. 바빠지니까 제 음악을 할 때도 타협하고 힘을 덜 쏟게 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하고 싶었던 음악이나 시도들을 다 해봤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그게 좋은 건지 아닌지는 저도 잘 모르겠었고요. 그런데 얼마 전 호주 여행에서 제 생활을 조금 떨어져서 보고, 자연을 보면서 내게 아직 더 하고 싶었던 게 있었구나 싶었어요. 저는 제가 하는 소리도 사람 몸에서 나오는 거니까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다시 돌아보게 됐어요.
“저도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오래 생각하다가, 어느 날 어떤 소리나 풍경이 좋아서 그냥 그려보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거든요. 그런 마음을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이저도 하고 싶은 걸 다 해봤으니 다음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조금 멀리서 보니까 다른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지금 기회가 왔을 때 좋은 음악을 해보자고요. 배워온 것도 있고 해본 것도 있으니, 이제 제 욕구를 따라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 채현님의 오십 대, 육십 대의 모습은 어떻게 상상하고 계세요?”
이제가 미래와 목표를 생각하면서 굉장히 오래 살아왔어요. 그래서 지금은 다음 모습을 너무 정해놓지 않으려고 해요. 삶은 언제든 다른 형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오늘까지 경기민요를 하다가 내일은 갑자기 된장 만드는 게 좋아질 수도 있잖아요. 물론 제 소리를 많은 사람이 함께 좋아해주면 좋죠. 다만 목표를 바라보면서 너무 오랜 시간을 달려온 것 같아서, 지금은 먼 미래를 그만 생각하고 싶어요.
“지금 느끼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는 거네요.”
이네. 목표를 이루고 나서도 제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음악을 계속해야 하잖아요. 지금까지 해온 것을 돌아보고, 제가 해볼 수 있는 음악을 고민하면서 또 뚱땅거려보고요. 오늘 만남이 저한테 어떤 영향을 줬는지, 지금 느껴지는 것에 집중하면 남과 비교하는 마음도 사라지더라고요. 일희일비하지 않고 쭉 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