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SINTERVIEW

전통에서 출발해 지금의 음악을 만드는 일곱 팀의 아티스트를 만났다. 이야기는 음악에서 시작해 각자의 삶으로 이어졌다. 무엇을 좋아하고, 왜 이것을 계속하며, 누구와 함께하고 싶은지. 오래 몸에 익힌 감각과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이 대화 속에 함께 놓였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들이 시도하고 있는 것들에 귀를 기울이며, 전통이라는 매체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64ksana

감각을 깨우고, 음악으로 옮기는 일

음악을 먼저 듣고 세 사람을 만났다. 타무라 료, 원재연, 준도가 함께하는 64ksana의 음악에서는 문화의 뿌리와 현대적인 감각이 함께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64ksasna의 소리는 몸을 흔들게 하고, 평소 눌러두었던 감각을 깨웠다. 그 에너지를 떠올리며 마주 앉았는데, 대화는 무척 차분했다.

이들의 음악이 왜 좋은지 이야기하려다 보니 나의 몸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부터 설명하게 됐다.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움직이고 싶어지고, 무언가가 터져 나오는 것 같은 느낌. 세 사람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무대에서의 몰입과 일상에서 느끼는 감각,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관해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인터뷰 — 류송이

팀의 작업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는 ‘64ksana’로 표기했다.


“만나기 전에 64ksana의 음악을 다시 들었어요. 저는 평소에 눌러놓고 있던 무언가를 확 터뜨려주는 음악이 좋거든요. 음악을 듣고 몸을 움직이면서 풀리는 게 있어서요. 세 분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공연에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하면 무척 차분하시잖아요.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도 그 에너지가 남아 있나요?

준도공연하고 나서 잠이 안 오는 경우가 있었어요. 보통 저녁에 공연해서 밤 열 시, 열한 시쯤 끝나면 몸은 자야 하는데 쉽게 잠들지 못하는 거죠.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그런 감각이 남아 있을 때가 있어요. 집에 가서도 바로 잠들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요즘은 내일 일을 해야 하니 억지로 눕기는 하지만요. (웃음)

“저도 요즘 아티스트들을 계속 만나면서 비슷한 상태가 되는 것 같아요. 대화가 너무 재미있고 새로운 자극을 받으니까 잠이 잘 오지 않더라고요.(웃음)”

64ksana

“개인 작업도 하고 팀으로도 활동하시잖아요. 각자 작업할 때와 64ksana로 만날 때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재연각 작업에 맞는 것을 표현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표현되는 에너지의 느낌은 다른 것 같아요. 바깥으로 발산하기도 하고, 안으로 응축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둘 다 제가 정해놓은 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경험이라는 점에서는 해방인 것 같아요.

“발산하는 것이 해방이라는 건 알 것 같은데, 안으로 응축되는 것도 해방이 된다는 말은 흥미로운데요?자기 안으로 깊이 들어가면 오히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더 또렷해질 것 같기도 하거든요.

재연음, 깊이 들어가면 오히려 제가 정해놓은 ‘나의 이름이나 모습’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움직임 워크숍을 할 때 비슷한 걸 느꼈던 것 같아요. 춤을 추듯 크게 움직이며 몰입할 때도 있지만, 아주 조금씩 움직이면서 몸과 감각에 집중하다 보면 내가 있을 뿐 세상이 이름 붙여놓은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지는 자유로운 순간이 있거든요. 하지만 그걸 응축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공감이 돼요.”

밖으로 크게 움직이는 것과 안으로 깊이 들어가는 것. 겉으로는 다른 경험이지만, 익숙한 자신에게서 잠시 벗어난다는 점에서는 닿아 있었다. 이들의 음악에서 느꼈던 해방감에도 여러 결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4ksana

“제주도의 파도를 그린 강요배 작가의 그림을 보고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어진 적이 있어요. 예쁜 풍경이라기보다 굉장히 격정적으로 부서지는 파도였거든요. 저걸 그리려면 제가 파도가 되어야 할 것 같았어요. 부서졌다가 모래에 스며들고, 다시 밀려오는 것처럼요. 즉흥 움직임을 할 때도 그런 상상을 했고요. 음악을 하면서도 무언가가 되어보는 경험이 있나요?”

동료들이 료를 두고 ‘음악이 되고 싶은 남자’라며 장난을 건넸다. 잠시 웃음이 오갔다.

료음악을 연주하면서 그 음악과 제가 완전히 같이 가는 상태가 있잖아요. 음악이 되고 싶다는 건 이미 그렇게 됐다는 뜻은 아니에요. 저는 그 되어가는 ‘과정’에 있고 싶은 것 같아요.

“음악과 내가 함께 가는 상태를 말씀하셨는데, 그런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평소에도 감각을 열어두고 깨어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료일상생활을 잘해야 하는 것 같아요. 잘 자고, 잘 지내고요. 일상이 무대로 이어지고, 무대가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잖아요. 음악을 한다는 건 그런 일상의 과정 또한 잘 살아가는 것이기도 해요.

“감각을 열어두고 지내다 보면, 일상의 소리나 풍경도 다르게 느껴지나요?”

재연감각이 더 섬세해졌다고 느낀 적은 있어요. 자동차가 다니고,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말소리가 들리는 장면이 어느 순간 하나의 생명력처럼 다가왔어요. 저 사람들과 내가 함께 살아 있고, 같은 곳에 존재한다는 느낌이었죠. 어떤 일체감이라고 할까요.

“평소에는 소음처럼 지나쳤을 것들이 다르게 들리는 거네요.”

재연네. 꼭 음악을 할 때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일상에서도 그런 걸 느끼면 마음이 좀 더 열리고요. 저도 결국 자연의 일부잖아요. 음악을 할 때도 음악이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관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동차 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재연은 그 풍경에서 생명력을 느끼고, 자신도 그들과 함께 살아 있다는 감각을 이야기했다. 주변을 소음으로만 듣지 않고 함께 살아 있는 존재로 느낄 때, 그들을 향한 마음도 조금 더 열릴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64ksana

“함께 작업하는 사람에게서 중요하게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어떤 동료와 일할 때 제가 가진 것을 더 잘 꺼내게 되거든요. 그 사람이 저를 잘 알아보고, 저에게 맞는 일을 맡길 때가 있어요.”

준도저와 잘 맞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사람의 분위기가 저와 맞을 수도 있고, 함께 일하면서 각자가 원하는 게 맞을 수도 있고요. 처음에는 그냥 ‘이 사람과 같이 일해도 괜찮겠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실제로 함께 일하다 보면 알게 되는 부분들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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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로서의 성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료성장이라는 말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작업을 하면서 저도 달라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고, 그걸 성장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는 성장이라고 하면 키가 크는 것 같은 게 떠올라요. 제가 바라는 건 그런 성장보다는 진화에 가까워요. 여러 방면으로 진화해가고 싶어요. (웃음)

64ksana

“작업을 이어가면서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거나 만들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나요?

준도사람들이 왜 춤을 추는지 생각했어요. 문화권이 달라도 춤은 어디에나 있고, 어린아이들도 꼭 배우지 않아도 춤을 추잖아요. 그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춤추게 만드는 음악을 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데서 출발한 것 같아요.

“그 질문은 창작을 하면서 계속 이어지는 건가요?”

준도어렴풋이 느끼는 것은 있어요. 지금은 질문을 계속한다기보다, 느끼고 있는 것을 어떻게 수면 위로 끌어올릴지 구체화해가는 중인 것 같아요.

“느끼는 것을 실제 음악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아가는 거네요.”

준도네. 발산하고 여러 감각을 깨우며 살아가는 경험들을 음악이라는 매체로 드러내는 거죠. 그러려면 어떤 방식이 필요한지, 음악적으로 어떤 기술을 사용할지 구체화하면서 작업의 방법으로 삼고 있어요.

“그 음악을 만난 사람에게는 어떤 경험이 남으면 좋을까요?”

64ksana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는 경험이 되면 좋겠어요. 그런 점에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다시 살펴보는 거군요.”

64ksana내가 무엇을 감각하고 무엇을 내보내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자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착각일 수도 있고요. 자기 감각이 깨어 있는지 살피는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처음 들었던 음악이 조금 다르게 떠올랐다. 강한 에너지 안에는 작은 감각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소리로 발전시켜온 시간이 있었다. 떠들썩하게 몸을 움직이게 하는 64ksana의 음악과 차분히 말을 고르는 세 사람 사이의 거리도 가까워졌다.

무엇을 듣고 있는지,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경험을 어떤 음악으로 옮길 수 있을지. 세 사람은 자신이 느낀 것을 구체화하며 다음 소리를 만들어가고 있다.